여름 휴가 기간인 오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탄자니아로 의료 봉사를 떠나는 전홍준(65·사진 맨오른쪽) 광주 하나통합의원 원장은 4일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에 가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여름 동료 의사 6명과 함께 한 봉사단체의 초청으로 아프리카 캠프에 참여했을 때 임시진료소 앞에 수많은 인파가 늘어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민들 중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사를 본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흔한 파스를 처음 붙여 봤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조금만 치료하면 나을 상처인데 돈이 없어 다리를 절단한 사람도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이들은 당시 ‘내년 여름 휴가 때 체계적으로 준비해 다시 아프리카에 찾아오자’고 약속했다. 이후 2009년 한 의료 전문지에 ‘여름 휴가를 아프리카 의료 봉사로 대신할 사람들을 찾는다’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이 취지에 공감한 전국의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자원봉사자 등 150여명과 함께 ‘굿뉴스의료봉사회’가 탄생했고, 전 원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들은 그해 여름 가나·토고·케냐·탄자니아 등 네 나라를 찾아 일주일 동안 1만여명을 돌봤고, 지난해에는 250여명이 코트디부아르·말리 등 6개국 환자 2만3000여명을 진료했다. 올해도 의사 등 150여명이 이달 중순 아프리카 6개국 의료 봉사로 여름 휴가를 대신한다. 타이·중국의 의사 10명도 참여한다.
“오는 30일부터 시작할 카리브해 아이티 의료봉사단에 참여할 의사를 찾고 있다”는 전 원장은 “잠깐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은 행복이고, 보람입니다. 고통이 많은 나라에서 어려움을 나누다보면 티없이 맑은 그들한테서 선한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그는 “에이즈 환자가 많아 평균 수명이 30살도 채 못 되는 말리에 관을 파는 쇼핑 거리가 있는 것을 보고 착잡했다”며 “말리 정부가 땅을 장기 임대해준다면 현지에 병원을 지을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베트남 파병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수감되기도 했던 그는 전남대 재학 때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또 다시 구속돼 제적된 뒤 조선대 의대에 재입학해 외과 의사가 됐다. 87년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창립 회원으로 참여한 그는 97년 조선대 의대 교수직을 그만둔 뒤 대체의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