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MEDICAL VOLUNTEERS
의사는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사람이다. 의술이 뛰어난 사람은 사회와 환자로부터 존경받고 대우를 받는다. 환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마음까지 치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기 위해 해외 오지를 마다하지 않는 굿뉴스의료봉사회를 찾아가 보았다.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8년 여름,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해 질병과 싸우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7명의 한국인 의사들이 모여 아프리카 가나와 케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총 105명의 의료진 및 일반 자원봉사자분들이 아프리카로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많은 분이 참여해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 외교부 산하 비영리 단체로 등록되어 더 넓은 영역에서 지구촌 곳곳의 많은 이웃에게 국제개발 NGO로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이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하여 말라리아, 장티푸스, 결핵 등과 같은 전염병과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저개발국가의 주민들에게 기초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료봉사단 파견사업을 통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 남미, 남태평양, 동남아에 있는 17개의 국가에서 2,128명의 국내 및 현지 자원봉사자와 함께 약 13만 명의 현지 주민들을 진료하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어려운 형편으로 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환자를 위해 비용 지원을 하여 건강한 삶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행정안전부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케냐 의료봉사를 하였고 의료봉사 기간에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던 2명의 케냐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수술과 치료를 받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현지의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현지 의료인과의 교류, 협력 및 질병 예방 교육, 기초보건위생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했습니다. 현지의 의과대학에서 한국 의료인이 강의하며 양국 간의 민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케냐와 베냉의 경우, 현지 의료진들로 구성된 굿뉴스의료봉사회가 형성되어 자체적으로 의약품 후원을 진행하고 연간 수차례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활동하는 국가는 가령 에볼라와 같이 치명적인 전염병이 있거나 치안, 보건 상태가 취약하기도 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으로 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와 매년 의료봉사를 함께하시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종종 주변으로부터 "자네가 아프리카에 간다고 뭐가 달라지나?" 라는 질문을 듣는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 물음에 선생님은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아프리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를 만나는 사람드르이 인생이 변하게 되었네. 팔다리를 잘라야 할 환자가 우리 덕에 팔다리를 다시 쓸 수 있게 되고, 폐렴으로 죽어가던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고, 우리를 만나 행복해지는 걸 보니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라고 하십니다.
저희가 의료봉사를 하는 국가나 지역이 아무래도 안전한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가지의 위험요소들이 많은 수 있고 특히 보건·위생 상태가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가는 이유는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우리를 만나 몸과 마음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때론 아무 질병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약만 받고 싶어서 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사람 중 한 명 이라도 우리로 인해 생명을 얻고 삶이 변하는 것을 보면 이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환자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제일 먼저 봉사자분들의 치안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봉사국가 및 장소, 숙소 등을 정하고 모든 부분에서 현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현지의 단체와 협력하여 일을 진행합니다.
의료봉사를 하는 나라의 생활, 의료 환경은 어떠한가요?
국가마다 발전 규모와 속도는 다르겠지만 우리가 봉사하는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대체로 열악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신발도 없이 맨발로 거리를 다니고, 하루에 2끼도 못먹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어려운 형편의 가정이 많습니다. 보건·위생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어 손 씻기, 양치질 등도 제대로 하지 않아 어려서부터 균에 감염될 확률도 높은 편입니다. 또한, 현지 의료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간단하게 치료하고 수술할 질병들도 처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들의 위생환경도 좋지 않아 병이 악화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2015년 탄자니아에서 의료봉사를 했을 때 하루는 어린아이가 의료캠프에 찾아왔었습니다. 오른쪽 발목 위의 뼈가 부러지면서 피부가 찢어져 현지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뼈를 치료하지 않고 찢어진 피부만 봉합해 버려 발목 아래로는 쓸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현지의 의료수준이 열악하며 작은 병을 큰 병으로 키우는 경우를 보았을 때는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수년간 단기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실제 현지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될까?’, ‘이게 진짜 가치가 있는 일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합니다. 하지만 매년 의료봉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그래도 우리의 봉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희망을 얻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작년 여름 아프리카 우간다 의료봉사를 하는 중, 우간다 현지 주민 한 분이 의료봉사에 참여한 한의사 원장님을 찾아왔습니다. 몇십 년 동안 허리통증 때문에 불편함을 달고 살았는데 전날 한의과에서 침을 맞은 후로 통증이 사라졌다고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현지 주민들을 통해 이런 감사 인사를 종종 듣는데, 일부러 감사 인사를 받기 위한 봉사는 아니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우리가 지금 하는 일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년까지 10년째 의료봉사를 해왔지만 잊을 수 없는 의료봉사 중 하나는 2011년 케냐 의료봉사입니다. 그때는 다른 해보다 외과 환자들이 많이 몰려왔습니다. 의료봉사를 하는 동안 정해진 시간 때문에 하루에 수술할 수 있는 외과 환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원래 모든 진료과는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정리하고 마무리를 하는데 그 당시 외과의 경우 환자들이 많아 계속해서 수술하였고 결국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담당 의료진이 원하지 않으면 진료 마감 시간을 넘어서 환자를 받아주는 것이 어려운데 외과 담당 선생님께서 먼저 자청하여서 수술을 진행하셨던 것입니다. 오직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서 온 마음을 쏟으시며 끝까지 수술하셨던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놀랍고 감사합니다.
활동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해외 의료봉사의 경우 약 일주일 정도의 단기간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고 해외이다 보니까 우리가 준비해서 가져갈 수 있는 의약품과 기기들이 제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비행기로 가져갈 수 있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꾸립니다. 막상 현장에 가서 환자들을 보면 제한적인 이유로 가져갈 수 없었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그것을 가져오면 이분께 큰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 아프게 합니다. 물론 저희가 가져가는 의약품, 의료장비 등으로 진료와 약 처방을 받으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현지에서 우리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없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더 많은 분께 어떻게 더 큰 도움을 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저희 굿뉴스의료봉사회는 단기 의료봉사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실제병원을 세워 의료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더욱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도 힘쓸 것입니다.
앞으로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앞으로도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의 열악한 국가에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 의료봉사 활동을 펼칠 것 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태평양 중부 해역에 위치한 키리바시에서도 의료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오세아니아, 뉴질랜드의 이웃 나라인 키리바시는 약 1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고 총 면적이 811k㎡로 16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작은 나라입니다. 키리바시는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로, 풍부한 해양자원과 굉장히 아름다운 산호초를 가진 나라이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몰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뭄과 식수 부족으로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환경 및 식수 위생상태도 좋지 않아그곳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우리 봉사단이 가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개발 NGO로써 실질적으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여 주민들에게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희망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의료진만 봉사 활동 참여가 가능한가요?
아니라면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굿뉴스의료봉사회의 의료봉사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열 대학생, 일반 대학생, 직장인 등 봉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의료봉사라는 타이틀만 보면 의료진 외에는 무엇을 하겠나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환자들이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일들도 정말 많습니다. 각 진료과의 의료진 보조뿐만 아니라 접수처에서 접수지를 받으면서 혈압, 체온 측정, 환자질서 유지, 현장 준비, 약국에서 약사님들의 약 조제를 도와주는 것 외로도 많은 활동을 할 만큼 일반 자원봉사자분들도 의료봉사에 큰 도움이 되어 주십니다. 의료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체 공식 홈페이지(
www.gnmv.org)를 통해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해주어야 하는데 참가자 모집 공고는 의료봉사 일정이 나오고 3개월 전부터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올해 꼭 바라는 점이 있다면?
2018년은 굿뉴스의료봉사회가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잃어버렸던 희망을 되찾는 모습에 다시 힘을 얻으며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면 할수록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사람이 보입니다. 아직도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올해에는 더 많은 국가에서 더 많은 사람을위해 의료봉사를 펼칠 수 있도록 달려나갈 것입니다. 가난한 형편과 질병으로 죽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찾아 우리를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