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2-02-09
"그 아기를 만나러 내년에도 다시 갑니다"
첫날 폐렴에 걸린 2개월 된 남자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겨 진료를 받으러 왔다.
아기가 작기도 했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팔뚝이 너무 가늘어서
주사바늘을 열 번은 찌른 것 같은데도 혈관을 찾기 어려웠다.
아기의 할머니가 옆에서 기도를 하고, 엄마는 원망가득한 얼굴로
‘왜 주사는 안 놓고 연습만 하느냐’고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놓던 주사였는데, 그 가느다란 팔뚝에 주사를 놓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기를 살리려고 왔는데, 주사도 놓기전에 아기가 잘못 될 것 같아 내 가슴이 무너졌다.
나도 아기 엄마옆에서 아기를 살려 달라고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기도 후에 다시 주사를 놓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성공했다.
그 다음날 아기는 상태가 아주 호전되어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어제는 그렇게 나를 원망하던 엄마가아기를 나에게 안겨주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 아기가 3일간 주사를 맞았는데, 눈빛이 반짝반짝이고,
소리내어 울 수도 있고, 바늘로 찌르면 자기 손으로 빼내려고 할 정도로 힘도 생겼다.
나에게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 이 아기를 만나러 내년에도 다시 아이티에 갈 것이다.
박진영 응급구조사 (본베스트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