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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처음 안경 껴본 아이티 소년 “세상이 달라 보여요” 함박웃음

작성일 : 2012-09-20

처음 안경 껴본 아이티 소년 “세상이 달라 보여요” 함박웃음

IYF, 4000여 명에 무료진료

14일 오전 아이티 델마 시청에서 안과의사 김형근씨가 현지 주민을 상대로 진료를 하고 있다.
14일 오전 7시20분(현지시간) 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아이티의 델마 시청.

 시청 건물 옆 큰 천막 밑은 이미 남녀노소 100명 이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청 정문 안팎에는 또 다른 100명이 줄을 서 있었다. 무료 진료를 오전 8시에 시작하는데, 두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일부는 날이 새기도 전에 일어나 몇 시간을 걸어왔다. 이들은 국제청소년연합(IYF·International Youth Fellowship)이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달려왔다. 2001년 설립된 이 단체는 세계 84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저개발 국가 등에서 무료 진료 등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IYF는 아이티에서 12일부터 15일까지 4일 동안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도 봄·가을에 두 차례 무료 진료를 한 바 있다. 이번 봉사에는 한국과 미국 동포 의사 4명 등 의료진 18명이 참가해 4000여 명을 진료했다.

 진료를 받은 아이티인들은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라며 반겼다. 100여 명은 안과 진료와 시력 검사 후 안약과 안경 등을 받았다. 안과 전문의 김형근(44·대전)씨는 “사우나 안처럼 후텁지근한 날씨와 모든 게 불편한 환경에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치과 진료는 준비과정부터 복잡했다. 약품은 물론 치료 의자·기구들까지 한국에서 공수했다. 또 치아를 치료하기에 앞서 혈액을 뽑아 에이즈 검사부터 했다. 치과의사 추진호(45·대구)씨는 “좋은 뜻에서 무료 진료를 하려다 오히려 감염시키면 더 큰 문제”라며 “과거 의료봉사 때는 에이즈 양성 반응자가 나왔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환자 가운데 생후 12개월 여아인 제퍼선 알스나는 의료진에게 안타까움과 기쁨을 동시에 안겼다. 그는 머리에 물이 차 기형적으로 큰 데다 두 발이 안으로 말려 있었다. 중국계 미국인 간호사 에이미 치(29) 등은 알스나가 머리에 찬 물을 배 쪽으로 빼내는 튜브의 교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지만 현장에선 손을 쓸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하루 만에 미국 병원 2곳이 무료로 수술시켜 주겠다고 연락해 왔다.

 아이티(면적 2만7749㎢, 인구 약 900만 명)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 2010년 1월 12일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22만 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많은 이재민이 아직도 천막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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